2007년말 대통령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요즘 문화 컨텐츠계의 새로운 코드로 정조대왕이 떠오르고 있다. 207년전 세상을 떠난 정조의 삶과 꿈을 그린 창작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9월부터 방영될 예정인 MBC TV대하사극 “이산-정조대왕,” 영화 “방각본”등 정조를 소재로 하는 여러가지 창작물들이 이미 절찬리에 공연중이거나 야심적 준비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약 2년전 광화문 편액을 박정희 전대통령이 쓴 한글에서 정조의 글씨체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각되기 시작한 정조 열풍은 현재의 정치상황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활용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다”라는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정조의 부활은 개혁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정조와 노무현대통령을 재조명하려는 역사의식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조가 개혁정치를 했고, 소장파들을 중용했으며 수원 화성으로 천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이 집권층에서 흘러나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사실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성군으로 칭송 받고 있는 정조대왕이 역사속에서 부활하는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조선의 국왕 27명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문집인 “홍재전서”를 펴낼 정도로 신하들의 임금이자 스승인 군사(軍師)로 자부할 만 했다. 25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즉시 규장각을 설치하여 역대 국왕의 글과 글씨를 한자리에 모으고 젊은 학자들을 발굴하고 교육하여 조선의 르네상스를 꽃 피운 정조대왕의 일화가 있다.

정조 임금이 물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무슨 말인가?
한 신하가 답했다.
“옛 글을 익혀서 새 글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
정조가 말했다.
“아니다. 초학자는 그렇게 보는 수가 많지만 대개 옛 것을 익히면 그 가운데에서 새로운 맛을 알게 되어 몰랐던 것을 더욱 잘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온고지신”은 원래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중에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에서 온 것으로 성군 정조대왕의 뛰어난 식견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정조의 “온고지신”의 지혜는 21세기 디지털시대에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인터넷시대 성공전략의 Keyword인 “Value Networking”의 정의를 열린 백과사전 Wikipetia에서 찾아보면 “복합적, 역동적 지식의 교류(complex & dynamic exchange of knowledge)”와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이로움의 창출(generating economic value and other benefits)”의 개념이 분명하게 나온다. 다시 말해 “Value Networking”의 사자 성어는 바로 정조의 “온고지신”이다. “참여과 공유(participation & sharing)” 그리고 “Web의 연결성”은 정조대왕의 “온고지신”의 정교한 재활용품으로 인류문명 발전의 새로운 희망봉이 되고 있다.

오천년 우리역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분기점인 한-미FTA시대를 맞아 정조대왕의 “온고지신” 거울에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춰보고 나아갈 길을 닦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조의 “온고지신”… 올바른 역사인식

정조의 “온고지신” 즉 “옛것을 뒤돌아보고 내일의 방향을 잡는 것”은 바로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역사인식”이다. 어떤 중대사를 앞두고 국가 지도자들이 동작동 국립묘지 등을 참배하는 것이나 일본의 신사참배를 둘러싼 국제적마찰과 대립도 바로 역사인식의 차이 문제이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고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 역사인식은 바로 지도자의 통치철학과 리더쉽을 보여주는 리트마스 시험지이다.

지난 4월 2일 밤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에서 “한-미FTA타결은 작년 2월 협상개시를 선언한 후 14개월만의 일이고 정부차원에서 준비한지 4년만의 일”이라고 말했을 뿐 지난 30여 년간 크고 작은 한-미 통상 협상 역사에 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한-미FTA 컨셉이 노무현대통령 시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려왔고, 지난 2년간의 협상이 한-미 경제관계 역사의 전부라는 오해는 없어야 할 것이다. 국운을 가를 수 있는 한-미FTA에 대해 올바른 역사인식이 있어야 현명한 대책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 협상 역사는 한-미 통상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올렸을 때 우리선수들이 연장전 경기만 잘해서 이겼다고 말할 수 없다. 전후반 90분도 모두 훌륭하게 싸운 결과였다.

국내언론들도 최종타결에만 초점을 맞추어 한-미FTA 협상소식을 마치 운동경기 실황중개식으로 보도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 이하 였을런지도 모른다. 국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메달 하나만 따도 그 선수들의 중·고등학교 시절등 과거사를 다투어 보도하는 언론들이 역사적 대사건인 한-미FTA 타결을 계기로 한-미 통상역사, 배경 그리고 파트너인 미국의 재조명 등 시대의 파수꾼인 언론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한-미FTA 자체의 역사는 매우 길다. 지금부터 23년전인 1984년 11월 6일에 필자는 “U.S. Bids Free-Trade Accord With Korea”제하의 기사를 보도하여 받은 특종패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지난 25년 이상 동안 노무현정부 이전의 최고지도자들을 포함해 정부관료, 연구소 등에서 한-미FTA를 폭 넓게 연구, 검토하고 준비해 왔었다.

대통령의 담화문중 “..한-미FTA는 시작단계부터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냈다..”라는 말도 역사의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의 특종기사 타이틀이 보여주듯이 FTA는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제안했었다. 그것은 미국이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외무역 전략, 예를 들어 Section 301조 발동, GATT체제에서 WTO체제로 개편 등과 함께 추진되어온 “미국의, 미국에 의한, 그리고 미국을 위한” 정책·전략 중의 하나다.

한-미FTA라는 나무를 잘 가꾸어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나무의 뿌리를 먼저 봐야하며 나아가 숲과 나무 전체를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조의 “온고지신”… 커뮤니케이션 강물

정조의 “온고지신 : 옛것을 보고 새로운 가치의 발견은 지난 역사와 현재 역사와의 대화(communication)와 타협(compromise)”이다. 역사의 단절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고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실패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정조는 즉위하자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선언했다. 사도세자를 탄핵하여 뒤주에 갇혀 죽게 한 노론측은 크게 긴장하며 피바람이 몰아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조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직접 책임이 있는 노론 강경파만 숙청하고 나머지 노론 인사에 대해서 “임금에게는 원수가 없다”며 대화와 포용의 정치를 했다. 노론 출신의 심환지 같은 이는 영의정까지 올랐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정조는 조선의 사상계를 젊은 피로 바꾸는 혁신을 추구했다. 실학파인 정약용 등 남인을 중용했고 공직 진출이 금지했던 서부 출신들을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혁신의 목적은 구시대의 청산이 아니라, 보다 맑고, 밝은 미래의 건설이다. 혁신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나 실천하기위한 경륜이 필요하다.

글로벌시대, 한-미FTA는 새로운 차원의 경제개방이다. 외국에서 조차 “한강의 기적” 이라고 일컬어지는 60년대 중반이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전환점 (turning poing)은 국내자급자족 경제체제(one-set economy)에서 대외지향적 경제전략(outward-looking policy)으로의 변경이었다.

또 다른 차원의 개방인 한-미FTA시대의 성공 전략은 Outward-Looking Policy의 연장선 이다. 박정희 대통령시대 대외개방정책의 역사적 고찰과 더불어 지난 시대와 현 시대의 차이점을 분석하여 새 시대 성공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옳다. 독재자 박정희는 독재자 박정희로서,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는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로서 역사의 저울대에 올려져야 한다.

과거의 큰 역사를 망각하고 너무 현재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가치의 혼돈과 왜곡을 유발할 경우가 많다. 한-미FTA 타결 후 경제부총리는 한국측 FTA 협상 대표들이 밤낮으로 비행기 갈아타는 고생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빛의 속도로 세상이 변해 내가 세상물정을 잘 모를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부총리 말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비행기 많이 타는 해외출장이 공무원들의 커다란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논리의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공무원들이 비행기 많이 타게 된 것은 국민들로부터 세금 많이 걷었고 박정희시대부터 시작한 국가경제 발전 때문이기도 하다. 1968년 고려대학교 모 경제학 교수가 동남아 3개국을 방문 후 열린 귀국강연회에 수천명의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그 교수님의 비행기타고 다닌 이야기를 부러워하며 경청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미FTA 문제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론자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직 집권당 대표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출마선언 당시 유일한 국회의원 신분의 지지자가 이번에는 한-미FTA 체결 반대를 위한 단식투쟁까지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속의 한-미FTA 정국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서 오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보다 솔직하고 투명한 대화로 역사인식을 공유한다면 FTA라는 국가대사에 관해 국론분열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절대군주시절에도 정조는 아버지를 죽게 한 “원수”의 파벌도 포용하는 열린 정치로 커뮤니케이션이 강물처럼 흘러가게 했다. 소위 3.8.6 코드인사는 혁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현재와 과거 역사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3.8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조의 “온고지신”… 고정관념의 파괴

정조의 온고지신, “옛 것을 새겨보고 새로운 깨달음”은 고정관념의 파괴이고 발상의 전환이다. 1776년 즉위한 정조는 오늘날에도 서울대에서 관리하고 있는 규장각을 설치했다. 애당초 중국 송나라 제도를 본 딴 것이지만 얼마 후 규장각제도가 이미 세조대왕 때 양성지라는 신하가 주장한 것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세조가 “해동의 제갈량”이라 불렀던 양성지에게 대대적 연구를 진행시켰다. 뜻밖에도 양성지의 건의가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내용이 많았다. “중국 고대의 요순만을 이상적 군주로 떠받든 시절 단군을 국조로 받들기를 주장했으며, 중국의 역사만을 일반 교과서로 사용하던 시절에 우리의 동국사도 배울 것을 역설 하였다.”

정조는 양성지의 탁견중에 많은 것을 활용토록 했다. 양성지의 외손들을 잇달아 기용했는데 그 수가 33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중국만이 최고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되어 중국과 우리문화를 조화롭게 접목하여 개혁을 추진했다.

한-미FTA가 관세인하를 통한 양국간의 무역확대와 더불어 관련산업별 영향분석 및 대책마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미 양국 정부 발표문 모두 자국상품의 상대방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업 등 피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무마하는 보완책도 거론되고 있다. 모두가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보다 본질적 차원에서 한-미FTA의 실체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각 산업별 문제는 일정기간 후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끝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견되는 특정 작물 재배자가 수익성 있는 다른 작물이나 아예 다른 산업으로 바꾸어 성공하면 문제해결이되는 것이다. 즉 관세 인하로 인한 산업별 영향과 대책은 주변 이슈는 될 수 있으나 보다 본질적인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미FTA에 있어서 바뀌지 않는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다는 포괄적 협정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국제표준인 글로벌스탠다드는 바로 미국식 표준이다. 다시 말해 한-미FTA의 본질은 바로 미국식 표준에 따른다는 얘기다.

이제 미국표준(글로벌 스탠다드) 따르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글로벌스탠다드에 따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산들을 넘어야 한다. 첫번째로 넘어야 할 산은 영어커뮤니케이션 장벽이다. 미국 사람들한테 우리말로 커뮤니케이션 하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은 “Hello, Okay” 식의 표현으로 가능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세계 최고 지식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인들을 논리적으로 제압하는 수단으로서의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총체적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계량화된 것은 없지만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 우리의 최대 적은 영어 커뮤니케이션 장벽자체보다 무서운 영문 커뮤니케이션 장벽에 대한 불감증이라는 현실이다. “Korea-U.S. FTA”를 Web Search 해보자.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본산인 산업자원부의 영문 Site에는 단 한건의 컨텐츠도 없다. 거기에 FTA 배너 링크사이트가 있어 들어가 보면 영문이 아니라 외교통상부의 FTA 한글 전용판 뿐이다. 물론 외교통상부에도 한-미FTA 전용 영문 Homepage가 없다. 인터넷 칭기스칸 Google에서는 110,000 이상의 한-미FTA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사실과 대조적이다. 한국에 관한 영문 컨텐츠에 관한한 한국은 이미 “Google”의 식민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관련하여 파괴해야 할 고정관념은 영문 컨텐츠는 한글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기관 중 정부는 국정브리핑 등을 통해 한-미FTA의 필요성을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는 홍보활동을 강화했다. 바로 그 국내홍보용 “FTA 용어비어천가”들이 가감없이 영역되어 해외홍보 포털인 “Dynamic Korea”등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전달되었다. “한-미FTA 체결만이 우리의 살길…” 내지는 FTA 체결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비춰진 내용의 봇물 속에서 미국 측의 협상대표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양보했을까 의심된다. 번역은 반역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4월 2일자 대국민 담화문도 영문으로 직역되어 역사적 자료로 남겨졌다. 그 영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읽으라고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대 미국인들용 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우리의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 했습니다”등 협상에서 우리 이익만 챙겼다고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 대통령의 이름으로 영어로 공개적으로 얘기한 결과가 되었다. 미국측이 FTA 재협상을 요구해오고 있다. 왜 그럴까?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조의 “온고지신” -- 분별력

정조의 “온고지신”, “옛것을 새겨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분별력 (discernment)을 말한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마지막 장면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장면에는 그가 아꼈던 실학자 정약용뿐만 아니라 주요 노론파 신하들도 정조의 곁에 자리한다. 백성이 잘 살기위한 개혁을 위해서라면 반대세력도 포용하는 정조의 분별력있는 인재경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의 시작도 정부관리 인사라고 볼 수 있다. 노무현식 인사에서 혁신의 대상이 혁신의 주체로 둔갑한 경우가 없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참여정부 초창기 시절 필자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인사공학”이라는 개인적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Keyword인 혁신을 간파하여 진정한 혁신보다는 출세하기위한 수단으로 머리를 굴리는 소위 “전시형 혁신 기술자” 관료들의 득세를 우려했고 실제로 그런 유형의 관료들을 몇 명 예시한 적이 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본인의 요주의 인물 List에 오른사람들은 예외없이 승진가도를 달렸다. 한-미FTA와 관련하여 “국가의 운명”보다 “개인 출세의 등용문”으로 오용하는 역사의 죄인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조가 중요 정사를 기록하게 함으로서 “온고지신” 이라는 지식창고를 만든것과 마찬가지로 한-미FTA 등 주요 국사를 다루는 공무원들의 경력과 활동상황을 명확히 기록하고 공개함으로서 후세에 “온고지신”의 자료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온고지신”… 세상의 번영을 위한 지혜 창고

이제까지 정조의 온고지신을 통한 역사의식과 올바른 정체성의 확립, 과거의 역사와 단절없는 대화, 고정관념의 파괴와 새로운 발상으로의 전환, 그리고 사리를 판단하는 분별력을 짚어 보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한마디로 말한다면 정조대왕은 “지혜로운 군주”라고 말할 수 있다. 지식과 지혜는 차원이 다르다. 지혜는 지식뿐만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도덕성까지 농축된 개념이다. 지식과 이상만 있다고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성공적인 한-미FTA 시대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지혜이다.

IMF 이후 우리에게 벤치마킹 대상중의 하나인 GE가 경영혁신을 시작했을 때 고고학과 출신들을 대거 등용 했었다. 고고학자들이 유물을 발굴하듯이 GE본부 지하에 있던 모든 서류들을 샅샅이 뒤져 과거의 경영자료들을 “온고지신 (value networking)”하여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였다. 한-미 통상 역사의 뿌리를 캐어 정확한 역사의 거울을 만들기 위해 필자는 지난 30여년간 발로 뛴 현장기자로서, 고뇌하는 컨텐츠 사업가로서의 산물인 수천가지 컨텐츠를 고고학도의 심정으로 발굴·정리하여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또한 이책 한권이 또 다른 “배철수의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이야기”의 집필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FTA시대 모든 이들에게 풍요와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