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직후 한 대책회의에서 명태 어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보고에 대해 대통령이 “진노” 했다는 언론 보도에 이어 몇일후 부분 개각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뀌었다. 명태가 장관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여하튼 한-미FTA로 막대한 어민들의 손해는 뻔하고 해결방법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흉내 못내는 우리만의 명품이 아닌가 싶다. 수산물 중 우리나라의 명품중의 하나가 영광굴비다.

그런데 영광굴비라는 이름과 제조방법에는 특이한 사연과 비법이 묻혀져 있다. 조선시대 한 정승이 영광으로 귀양을 갔다. 그 곳 바닷가에서 이름 모를 바닷고기를 잡은 후 시 한수 읊고, 낮잠도 자며 바닷 바위에서 말려진 생선을 맛보니 기가막히게 좋았다. 알맞은 온도, 바람, 염도 등이 융합하여 예술적인 맛을 창출한 것이었다. 한양에 계신 임금님이 생각났다. 자기 생애 최고 맛나는 생선을 혼자만 드는 것은 임금님에 대한 불충이라고 생각하여 그는 마른 생선을 임금에게 보냈다. 임금 역시 그 맛에 감탄하여 그 생선 이름을 수라상궁에게 물었으나 그녀도 몰라 보따리를 풀어보니 굴비 (屈非)라 적혀 있기에 그대로 굴비라 하여 그때부터 굴비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니 “비”자(非) 굴할 “굴”자(屈)는 그 정승이 임금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제가 그 문제 때문에 임금님의 노여움을 받아 귀양살이 하고 있으나 아직도 저의 뜻은 굽힐 수 없다”는 얘기다.

각설하고 한-미FTA는 국가정책의 명품중의 명품이어야 한다. 굴비를 만드는데도 시간, 바람, 온도 등 모든 여건의 최적화 그리고 접점화 (networking of the excellence) 이어야 하거늘 한-미FTA는 더욱 말 할 필요가 없다.

BCS는 200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조속히 양국간 FTA 협상을 하자는 우리측 입장을 미국 당국자들에게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Briefing Book 제작 일을 했다. 그 당시 “The Time is Ripe For a Korea-U.S. Free Trade Agreement” 라는 제목하의 그 홍보 책자에서 언급했듯이, 미 행정부를 빼고 미 의회, 재계에서 한-미FTA를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미의회, 특히 재계가 한-미FTA를 지지한다는 것은 미국측이 우리와 FTA를 하기로 거의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후 우리정부가 무엇이 급해 그토록 FTA를 서둘렀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사실, “글로벌 리더쉽” 챔피언인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잠재적 도전자인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는 전략을 찾고 있었다. 바로 한-미FTA가 절묘한 카드일 수 있다.

“Give-&-Take”는 미국식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 프로세스는 “Give-&-Give” 였다. 공식협상 시작의 대가로 우리는 스크린 쿼터, 소고기 수입문제 등 몇가지 알짜배기를 미국에 진상했어야 했다. 뭔가 씁쓸한 기분이다. “다이아먼드 공기돌 하나에 초코렛 하나”라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난다. 어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도착했을 때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기돌” 같은 것이 다이아먼드 원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갖고있던 다이아먼드 공기돌 하나에 쵸콜렛 하나주고 바꿔갔다는 얘기다. 지금도 “달고 부드러운 맛이 하늘에서 내려 준 선물이라” 일컫는 쵸콜렛과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보석”인 다이아먼드 생산과정에는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의 노동착취와 학대라는 검은 눈물이 베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초콜렛의 뒷 맛이 쓴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