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미국을 “Melting Pot”라고 한다. 다른 인종, 다른 문화, 다른 습관들이 용광로에 쇠가 녹듯이“미국화”라는 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단어다. 비교되는 말로 카나다를 “Melting Mosaic” 이라고 한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여러 민족들의 다양하고 많은 문화를 지키면서 독자적 다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물리적 결합이다.

1986년 여름 필자가 위싱턴, 뉴욕 등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라는 “Melting Pot”는 어떤 맹신도 집단보다 응집력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본의 경제력이 팽창하여 미국의 세계 맹주 자리를 위협하던 그 당시 어느날 미국 전국에 싸이렌이 울려 퍼졌다. 흑인과 백인, 남녀노소 모든 미국인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손과 손을 마주잡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원을 미합중국 대륙에서 그려냈다. 그들은 다같이 “We Are the World”를 외쳤다. 때를 같이하여 미국 TV 방송들은 일본인들이 도쿄만에 인분등 오물을 투척하는 장면이나 좁디좁은 소형 아파트들에 사는 일본인들의 주거환경을 닭장이라고 표현하며 클로즈업 시켰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폭격후 “Remember the Pearl Bay”를 외치며 Great America 구호 아래 미국 자존심을 표출했던 역사의 반복이었다.

25년전 미국이 대한 통상압력을 가해올 때 우리측이 자주 거론하던 것이 소위 “체급론”이었다. 권투나 유도 등 체급경기에서 제일 무거운 Heavy급 선수와 제일 가벼운 Fly급 선수와의 승부 싸움이 무의미한 것처럼 미국같은 거대국가와 한국 같은 약소국가가 동일조건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대해 미국은 항상 이렇게 대응했다. “미국과 한국의 경쟁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것이 한국의 발전을 위해 좋다는 것을 우방으로서 충고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로 미국식 룰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란성 쌍둥이인 글로벌 스탠다드와 미국표준을 언제든지 자기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해 왔다.

한-미FTA의 본질은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 즉 미국식 표준을 따른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 뜻대로 모든 것이 되었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그렇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라는 말처럼 FTA 파트너인 미국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다가오는 새로운 개방의 시대에 우리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문제는 진짜 호랑이한테 물려가고 있는데 “호랑이 담배 피울적”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정책당국자들이 많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