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커뮤니케이션 장벽 불감증 공화국

번역은 반역이다.


정감록에 6.25 한국전쟁에 관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좪북측의 침략으로 남한은 팔공산 (八工山)을 임시 수도로 하고 진인 (眞人)이 도와서 수도를 탈환 한다좫는 얘기다. 팔공산 (八工山)을 모으면 부산 (釜山)이 쉽게 나오고 진인 (眞人)을 영역하면 Trueman이 된다. 그 당시 미국 대통령 이름이다.

매우 기발한 해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6.25 전쟁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노력하면 답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6.25한국전쟁 전에는 그 문장 방정식을 해석 했다는 사실은 못 들어 봤다.

독일 철학자 슐레겔의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격언이 되었다. 번역은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문화와 정서와 경험을 옮기는 행위 이다. 모든 언어는 서로 다른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완벽하게 상응하는 언어와 언어의 치환은 있을 수 없다. 번역의 본질적 불완전성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글로벌 산업 포털 (www.industrykorea.net)에서 우리 경제의 Hot Issue인 FTA를 별도 Section화 하여 관련 영문 컨텐츠들을 모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리 비즈니스를 위한 포털이라고 하더라도 컨텐츠 내용이 국가이익에 배치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Korea.net의 경우를 보자. 한-미FTA 협상 기간중 수록된 Content를 보면 모두가 한결 같이 “한-미FTA -- 우리가 가야할 길이요, 진리”라는 내용뿐이다. 영문판 한-미FTA 용비어천가는 바로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브리핑의 홍보 기사를 가감 없이 그대로 직역한 결과물 이다. 한-미FTA 체결 자체가 우리의 목적으로 비춰졌다. 그러한 사항에서 양국간 협상 테이블에서 민감한 부분에 대한 미국의 양보 (concession)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불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어번역 측면에서만 본다면 국정브리핑 자료를 그대로 직역한 Korea.net의 영문 기사는 오역은 아니다. 그런데 결과는 국가이익에 대한 엄청난 반역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번역 이야기와 필자가 말하는 영문 커뮤니케이션 컨텐츠는 차이가 있다. 아니, 차이라기보다는 차원의 문제이다. 종래 개념의 번역은 주로 문학작품을 다룰때 일어나는 현상에서 온 것으로 원작자의 예술적 개성을 충실하게 전달하면 된다. 『움베르토 에코를 둘러싼 번역 이야기』는 에코의 저작 『장미의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번역되었는가에 관한 흥미롭고 풍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미의 이름』의 영어판은 모든 나라 판본 중에서도 언론에 의해 백미로 손꼽힌다. 그런데 영어판은 원서와 비교했을 때 무수한 생략과 누락이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판에 대한 평가는 확고한데 이는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원작자의 단호한 스타일 전체의 예술적 개성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 번역의 경우에는 원작자의 개성을 충실하게 번역하기 위해서 정직하게 하면 된다. 그렇지만 영문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작업과 관련하여 “정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 전 모 중앙부처의 그해 업무정책방향과 계획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기위한 홍보책자를 BCS에서 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표지 Title을 그 부처의 업무시책의 주제인 “부국강민 (富國强民)”으로 하라는 얘기였다. 국내적으로 그 단어가 통할는지 몰라도 외국인들에게 부국강민을 직역 했을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고민한 끝에 관계자들을 설득하여 “Rich Nation, Strong People” 대신에 “Prosperity & Partnership”으로 했다. 정부기관들의 국내용 보도자료를 영문화 할 때 80-90% 이상이 글로벌 관점에서 “컨텐츠 마사지”를 해야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언어로 된 커뮤니케이션 컨텐츠의 경우에도 세계 일류기업들은 Target Audience의 차이에 따라 컨텐츠가 다르다. 일반소비자, 주식투자가, 미디어, 직업응시자 등 이해 당사자 그룹에 맞는 별도 Web Section으로 나누어 서비스 하는 것이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