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의 법어로 그 뜻은 알 듯 모를 듯 하지만 서슬이 시퍼렇던 5공 군사독재 치하에 나온 말이라 이심전심으로 당시 대중들의 입에 회자되었었다.

삼라만상 속에서 올바른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객관적 관조(comtemplation & illumination)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지혜의 샘이 될 수 있다. 나의 존재를 포함해 세상 모든 존재의 관조는 종교, 철학뿐만 아니라 과학의 영역일 수도 있다. 일년 전에 가본 “나이아가라” 폭포와 이년전에 방문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똑같은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폭포를 형성하고 있는 물은 시시각각 다른 것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나의 몸 자체도 신진대사 작용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어제 바라본 그 꽃과 오늘 바라보는 그 꽃은 분명 다른 것이다. 껍데기는 그대로 있는 것 같지만 알맹이 (content)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둘러싼 허와 실을 보여 주고 있다. 고정관념의 탈피는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는 창조적 혁신의 기관차이다. 영문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인생이라는 외길을 살아온 필자는 우리사회의 영어에 관한 고정관념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어 TOEIC을 잘하면 영어를 잘하고 또 영어를 잘하면 영문 컨텐츠를 잘 한다는 생각이다.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TOEIC 잘 한다고 해서 영어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TOEIC 만점자라도 내용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간단한 편지 문안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실정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TOEIC은 TOEIC이고 영어는 영어다. 그리고 영어는 영어이고 영어 컨텐츠는 영어 컨텐츠다.

“한국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월간 Korean Trade Webzine의 발간 용역을 BCS에서 수행한 적이 있다. 국가브랜드 제고뿐만 아니라 대미통상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끄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으로 필자는 발주처와의 긴밀한 협조와 조정 (cooperation & coordination)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 사업을 시작한지 몇 달 안돼 발주처의 담당자가 입사 초년생으로 바뀌었다. TOEIC 점수가 높으니까 영문 컨텐츠 사업중의 하나인 Trade Webzine에 적격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결과는 매우 실망적이었다. 그가 지적하는 사항은 고작 전치사 “in”이 맞느냐 “on”이 맞느냐 정도였다. 컨텐츠 구성이나 전략에 관한 것은 거의 없었다.

단어 몇 개 더 안다는 것이 실제 영문 Communication Content 작성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신입사원들의 영어능력을 테스트 할 때 사전을 주며 마음껏 활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단순한 단어 지식 보다는 Target Audience 즉 고객과의 Communication을 위해 전달할 주제(theme)의 선택으로부터 디자인 등 고객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관련되는 정보와 지식뿐만 아니라 주변 정보에도 밝아야 한다. 전략적인 마인드와 통찰력까지 갖추어야 질높은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생산이 가능하다. 선진국의 정부, 기업 조직에서 홍보담당 책임자들은 가장 오래된 경력과 최고의 능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 선정되는 것이 관례다. 기업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우리나라 각 부처 홍보담당 국장들은 갖 승진한 인사들로 채워진다. 30여년전 이야기다. 그 당시 경제기획원 고참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했는데 보직은 공보관이었다. 다혈질인 그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필자는 여러번 목격했었다. 과장시절 제네바 모 기관에 파견 근무 경력이 있던 그에게 날아오는 외국친구들부터의 편지 내용이 화제가 되었다. 선진국 관리들은 그가 공보관으로 전임한 것은 자기들 기준으로 볼 때는 대영전이므로 축하 편지가 쇄도한 사실이다.

영어 컨텐츠는 영어능력 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과 통찰력(knowledge & insight)의 융합에서 나오는 창조물이다. 구두 닦기 영역에서도 주문을 받아오는 “찍새”와 구두를 직접 닦는 “딱새” 등으로 소위 전문화된 업무의 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