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벚꽃처럼 활짝 피어오르던 1980년대초 일본 유력경제지 “니혼케이자이”는 “세계의 차세대 지도자들”이라는 연말 기획특집으로 각국의 떠오르는 인물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인으로서는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 문희갑 (후에 국회의원, 대구광역시장 역임)이 유일하게 포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일본인들은 유력인사 리스트에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특집호를 결산하면서 “니혼케이자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에서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일본은 조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단어를 米國으로의 표기가 의미하듯 그 당시 일본 지식인들이 미국을 그들의 밥 (rice)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획특집이 나가고 10년도 안되 일본은 미국에게 다시 덜미를 잡히고 장기불황 늪에 빠지게 된다. 개인, 국가, 기업 어떤 조직이든지 간에 오만과 독선은 해독 (disaster & poison)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미FTA협상 타결을 이끈 팀을 “한-미FTA전사”나 “드림팀”이라 하는 용비어천가가 정부 홍보기관에 의해 울려 퍼지고 있다. 이에대한 평가는 국민과 역사의 몫이고 지금은 정부측의 자화자찬 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FTA 역사는 지난 2년간의 서울-워싱턴과의 회담의 결과 일뿐만 아니라, 1882년 한-미 수교로부터 그동안의 양국관계의 종합 진찰서 이어야 한다. 기자의 눈으로서 그리고 홍보 컨텐츠 전략가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 통상분야에서 MVP (most valuable player) 상을 받을 수 있는 인물과 팀을 뽑으라면 미국과 소위 Section 301 문제를 종결시키고 양국 장관 사이에 Hot Line까지 설치한 산자부 한승수(장관)-김철수(차관보)-황두연(국장)-김종갑(과장)-이재훈(사무관) 시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이 워싱턴에 가면 미국무성의 한국담당과장을 만나기 위해 줄서기가 여전한 상황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양국 통상장관끼리의 Hot Line 설치는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한-미 민관통상협력 채널이었던 CBC(committee on business council)를 유지하려고 미 상무부에 이 눈치, 저 눈치 보아가며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례를 목격하며 필자는 상기 통상 5인방 시대의 활약상을 회상한 적이 있다. 통상외교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상기 5인의 개별적인 능력, 성격뿐만 아니라 통상팀 “궁합”측면에서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사람의 공통점은 영문 커뮤니케이션 컨텐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5인중 한승수씨만 장관이었는데 그 후 김철수씨와 황두연씨가 각기 산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장관직에 올랐었고 김종갑씨는 산자부 차관을 거쳤고 이재훈씨는 현재 산자부 차관 재임 중이다 (2007년 6월 12일 현재). 두 차관들도 모두 장관반열에 올라 이색 축하모임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승수씨의 UN의장직, 김철수씨의 WTO 사무총장직 진출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이들이야말로 한-미FTA시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