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시대에 글로벌 스탠다드 언어인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어 공용화의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영어 공용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논리들을 살펴보면 각기 제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섯불리 결론을 낼 수 없는 “뜨거운 감자” 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영어 공용화 반대론자라고 해서 세계 표준언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과 영어 공용화 찬성론자라고 해서 우리의 것을 버리자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양쪽의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음이 틀림없다.

또 하나 영어의 공용화 논쟁과 관련하여 유의할 점은 영어 공용화 제도 도입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학습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영어에 모든 사람들이 올인 (all in) 하는 것이 개인과 국가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인가 따져봐야 한다. 또한 영어 언어능력이 있다고 해서 영문 컨텐츠에 능하다는 등식이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TOEIC점수가 우수해도 실제로 현장에서 유용한 영문 컨텐츠에 능한지의 여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어 공용제도하에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능하게 되어도 활용도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필리핀,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는 영어 공용제를 채택하여도 국제경쟁력은 오르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이 문제의 답은 바로 영어와 영어 컨텐츠 개념의 차이를 알 때 풀 수 있다. 즉, 영어는 단지 언어 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영어 컨텐츠는 영어 언어 능력 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과 통찰력 (knowledge & insight)의 융합에서 나오는 창조물 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학습능력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계량화 하는 등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학생들은 모국어인 영어에 별로 부담이 없는 덕택에 각자의 적성에 맞춰 영어 이외의 분야에 집중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는 다르다. 대학생들의 경우 우선 취업이라는 관문을 뚫기위해 콧피 터지게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인 영어만 알면 어떤 분야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장벽 없이 개인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자신들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바로 영어 공용론자와 영어 공용화 반대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이상과 명분의 만남의 장터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영어장벽을 넘어 번영의 한-미FTA시대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영어 표준화 인프라시스템 구축을 제안 한다. 영문 표준화란 주요 영문 컨텐츠를 사업별, 용도별 등에 따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작성 할 수 있도록 용어, 산업정보, Writing Skill, 이메지 등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해외에 자사 상품의 영문 소개자료를 만든다고 하자. 이때 필요한 영문용어, 관련산업 정보, 이메지, 디자인 스케치 그리고 Target Audience 특성에 관한 정보를 클릭만 하면 얻을 수 있다면 매우 쉽게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작업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 고객에게 편지를 쓴다든가 중요한 Presentation 자료를 만들고자 할 때도 표준화된 맞춤형 정보가 있다면 쉽게 일을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어 표준화 제도가 정착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영어학습에 들어가는 시간을 대폭 줄이게 되므로 보다 생산적이고 실질적 영역 탐구로 개인은 물론 국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조대왕이 즉위 즉시 규장각을 세워 각종 자료들을 모아 “온고지신”하여 조선을 문예부흥시킨 역사를 배워야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영문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규장각이라 할 수 있는 영어표준원 (Board of English Content Standardization)을 설치하여 번영의 한-미FTA시대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영문 컨텐츠 표준화 사업은 국가발전을 위한 주요 인프라이어야 한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5월 22일자 발표에 의하면 산자부와 유관 공공기관들의 시험·인증 장비중 45%인 1조7천억에 달하는 장비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의 시험·인증 기관들의 연 매출이 1조원대에 비해 우리나라 기관들의 매출은 고작 200억원 수준이다. Software보다는 Hardware중심 운영의 한계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미FTA시대에 지식을 넘어 지혜강국 건설을 위해 정부가 투자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대목이다.